런던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도시를 보며 생각했다. " 이곳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런데 뜻밖의 충격은 건축물이 아니라 '공원 Park'이었다.
런던의 공원은 한국, 파리, 도쿄의 어느 도시공원과도 다르다. Hyde Park, Regent's Park, Hampstead Heath.....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자주 가는 곳은 Hyde Park 다. 물론 거리적으로 가까워서의 이점도 있지만....
처음 하이드 파크에 발을 들이면 놀러 온 대부분의 친구들이 이렇게 말한다.
"이게 뭐지? 공원 맞아? 그냥 들판인데?"
맞다. 정원사들의 가위 소리가 들리는 그런 '완벽히 다듬어진 정원'은 아니다.
여기는 최대한 ' 손을 안 댄 듯 손을 댄' 자연주의가 기본이다. 자연의 생명력에 인간이 겸손하게 발맞추는 곳,
런던의 공원은 마치 도시가 숨을 쉬기 위한 만든 틈 같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세요', '꽃 꺾지 마세요'를 외치며 자랐다.
하지만 Hyde Park의 잔디는 피크닉을 위한 초대장 같다. 신발을 벗고 누워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래야 이곳의 시간을 제대로 즐기길 수 있다.
워낙에 변화무쌍한 런던에도 반드시 햇살이 좋은 날이 있는 법, 그날 런던의 공원은 다른 차원으로 변한다.
런던 사람들은 햇빛에 진심이다. 기온이 18도를 넘고 햇빛이 비추는 날이면, Hyde Park는 하나의 '야외 살롱'이 된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 호수를 따라 산책하는 연인들, 바람에 책장을 넘기며 독서하는 사람들, 누워서 맥주 한 캔을 여는 친구 그룹등...
누구도 바쁘지 않은 듯 한 평화로운 이 느슨함이 런던 공원의 진정한 매력이다.
만약 한국에서 바로 도착했다면, 이 광경은 다소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이 곳은 관광객에게도 너그럽다.
가장 런던스러운 순간은 '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보내는 것.
런던의 공원은 맑은 날만이 전부가 아니다. 사실, 비 오는 날의 Hyde Park는 더욱 영국적이다.
젖은 잎사귀와 흙내음, 뿌연 호숫가 풍경, 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는 새들의 날갯짓...., 이 모든 것이 "회색의 낭만"을 만든다.
우산을 쓰고 잠시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돈된다. 런더너처럼 방수 재킷 하나 걸치고 걷다 보면,
비도 더 이상 귀찮은 것이 아니라'풍경의 일부'가 된다. 중요한 건 날씨가 아니라 수용할 수 있는 마음가짐일 지도...
왜 이 공원은 특별할까?
파리의 정원은 대칭과 질서의 미학,
서울의 공원은 다채로운 기능성과 체계적 관리,
하지만 런던의 공원은 '자연이 살아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기교 없이, 시간과 햇살과 바람에 따라 변하는 그 흐름 자체가 예술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Hyde Park는 단순히 관광지나 산책로가 아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자연을 기억하게 만드는 '잠시 멈춤의 공간'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잘 숨 쉬고 있는가?"
Hyde Park Information Box
- 'Hyde'는 중세 영어 hide에서 유래, 한 가정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농경지 면적 단위를 의미.
- 원래는 Westminter Abbey의 소유의 Manor of Hyde 라 불림.
- 1536년, 핸리 8세가 수도원으로부터 몰수하여 사냥터로 사용. 이후 1637년, 찰스 1세가 일반 대중에게 개방하면서 '공원'으로서의 역할 시작.
- 면적: 약 142 헥타르 ( 축구장 200개가 넘는 크기로, 런던 도심 최대 규모의 공원 중 하나).
- 런던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원 1위 (2023년 런던시청 조사 기준).
Hyde Park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들
- 버킹엄 궁전 (Buckingham Palace)→ 근위병 교대식으로 유명한 영국 왕실의 상징
- 하이드 파크 동쪽 끝, 그린 파크를 지나면 도보 약 15분
- 하우스 오브 파를리먼트 & 빅벤 (Houses of Parliament & Big Ben)→ 영국 정치의 심장부
- 공원 남동쪽, 웰링턴 아치와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지나 25분 거리
- 하비 니콜스 & 해러즈 백화점 (Harvey Nichols & Harrods)→ 럭셔리 쇼핑의 성지
- 하이드 파크 남쪽, 나이츠브리지 역 방향으로 도보 10~15분
- 케닝턴 궁전 (Kensington Palace)→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살았던 곳, 현재 윌리엄 왕세손 거주
- 공원 서쪽 끝, 하이드 파크와 켄싱턴 가든 연결 지점
- 옥스퍼드 스트리트 (Oxford Street)→ 유럽에서 가장 바쁜 쇼핑 거리
- 공원 북동쪽, 마블아치 방향 도보 10분 이내
- 사우스 켄싱턴 뮤지엄 존 (South Kensington Museums)→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은 문화·과학 명소 밀집 지역
- 자연사박물관, V&A 뮤지엄 등, 공원 남서쪽 도보 15~20분
가는 방법
- 지하철 Hyde Park Corner, Marble Arch, Lancaster Gate, Knightsbridge 역에서 도보 1~5분 거리
'LONDON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A Sunday in Bloom – Columbia Road Flower Market (0) | 2025.04.08 |
---|---|
St Patricks Day London (0) | 2025.02.27 |
London Transport Zones (0) | 2025.02.19 |
London Art Gallery (1) | 2025.02.18 |
낯선 공간 속에서 (0) | 2025.01.10 |